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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울산신문 231029 - 럼피스킨병 바로 알기
작성자 울들병원 등록일 2023.10.30 조회수 287

럼피스킨병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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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우 이학박사ㆍ울들병원 건강연구소장

지난 10월 20일 충남 서산의 한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 LSD) 발병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름값 및 사료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감염된 소들이 살처분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인체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바이러스를 연구한 필자도 럼피스킨병에 대한 관심을 저버릴 수가 없다. 

 럼피스킨병이란 병명처럼 소의 피부(skin)에 혹덩어리(lump)가 나타나는 가축전염병이다. 원인 병원체는 바이러스인데, 치사율은 최대 10% 정도이며 전파력이 매우 강해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럼피스킨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지역의 소와 물소에서 발병하는 풍토병으로 여겨졌으나 1989년 이스라엘을 거쳐 2016년 러시아와 동유럽, 2019년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럼피스킨병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매우 유사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최초로 보고된 이후 1957년 유럽을 거쳐 2018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로 전파되었고 2019년에는 국내에서 첫 발생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일단 한 번 출현하면 결국 나중에는 전 세계로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럼피스킨병은 구제역과 달리 공기로는 전파되지 않으며,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사료 등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지만 대부분 파리, 모기, 진드기 등의 흡혈곤충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럼피스킨병에 감염된 소는 피부에 혹덩어리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40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잘 먹지 못하고 콧물과 침물을 질질 흘리며, 젖소는 우유 생산량이 급감하고 임신한 소는 유산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럼피스킨병이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감염된 소의 우유나 고기를 먹더라도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럼피스킨병이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이유는 럼피스킨병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모든 바이러스는 각각의 종류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세포 속으로 침투하여 증상을 나타내는데, 자궁경부암바이러스는 자궁경부세포를 공격하여 자궁암을 유발하고, 면역결핍바이러스는 면역세포를 공격하여 면역결핍증을 유발하며, 독감바이러스는 폐세포를 공격하여 폐렴 증상을 나타낸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그동안 자기가 공격하던 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세포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심하면 심할수록 다른 종의 세포를 공격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의 종류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하는데,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매우 심하고 D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병원체가 RNA바이러스인 조류독감은 돌연변이를 반복하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으나, 럼피스킨병은 병원체가 D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베트남의 한 동물원에서 기린이 럼피스킨병 증상을 보이며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사망원인을 조사한 결과 럼피스킨병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린이 럼피스킨병에 걸린 이유는 기린의 겉모습은 소보다 말에 가깝지만 계통적으로는, 즉 기린의 조상은 말보다 소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으로는 소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되는 코뿔소는 계통적으로는 말에 가까우며, 돼지는 계통적으로 소와 매우 멀기 때문에 럼피스킨병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슴과 노루는 계통적으로 소에 가깝기 때문에 럼피스킨병 전파 차단 및 예방 대책에 사슴과 노루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송우 이학박사·울들병원 건강연구소장

출처 : 울산신문(https://www.ulsanpres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