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 울산제일일보 190228 - [의료산책]심화되는 의료 양극화, 해법은 없나?... | ||||
---|---|---|---|---|---|
작성자 | 울들병원 | 등록일 | 2019.02.28 | 조회수 | 4788 |
[의료산책]심화되는 의료 양극화, 해법은 없나?
신송우 이학박사 / 울들병원 행정부원장
오늘날 세계적인 추세인 양극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의료 양극화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매우 특별한 현상을 나타낸다.
경제선진국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해마다 35개 회원국의 보건의료 관련 자료들을 수집, 비교한 통계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보건통계 2018’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0회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OECD 평균 7.4회보다 2.3배나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총 병원병상 수도 인구 1000명당 12.0병상으로 OECD 평균 4.7병상보다 2.6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자료에 따르면 전국을 56개 진료권(인구 15만명 이상, 환자가 지역 내에서 치료받는 비율인 자체 충족률 40% 이상, 병원까지 걸리는 교통시간 1시간 이내 기준 등을 적용하여 분류)으로 나눴을 때 입원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이 11곳이었고, 300병상 이하 병원조차 없는 지역이 14곳에 달했다. 그리고 대형병원이 없는 지역의 중증질환 사망률은 대형병원이 있는 지역보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죽고 살 확률이 크게 달라지는 의료 양극화가 심각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득 차이에 따른 병원 이용 행태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영양실조 및 비타민결핍증 관련 질병으로 진료(외래 및 입원)를 받은 국민은 2012년 6만2천843명에서 2016년 12만846명으로 최근 5년간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위 ‘빅5 병원’으로 불리는 ‘5대 대형병원(서울아산병원,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환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빅5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일평균 환자 수는 2013년 2천22명에서 2017년 2천287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빅5 병원’의 2017년 진료비 총액도 2016년보다 3천924억원 증가한 4조86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 심장, 희귀난치)으로 ‘빅5 병원’을 찾은 환자를 소득분위별로 분석한 결과 상위 20%의 고소득층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 반면, 하위 20%의 저소득층은 약 10%에 그쳤다. 특히, 최근 4년간 소득하위분위는 줄었고 상위분위는 늘어났다. 이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대형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빅5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지난해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지난해 1~4월간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실적은 2017년 동기간 대비하여 8.3% 증가했지만 ‘빅5 병원’의 진료비 심사실적만 비교해보면 2017년 동기간 대비하여 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의원 진료비 증가 폭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상 여러 가지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병원 병상 수는 과잉이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며, 수도권 대형병원과 유명 대학교수로의 쏠림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 양극화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단순질병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상급종합병원들은 중증고난도 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등 전문질병 환자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